역사상 가장 대담한 항공기 납치 사건
1971년 11월 24일, 미국 항공 역사상 가장 유명한 미스터리가 시작되었습니다. 평범한 항공기 납치 사건처럼 보였던 그날의 사건은, 범인이 하늘 속으로 사라지면서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FBI는 4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수사를 진행했지만 결국 미제로 남게 되었고, 이는 미국 역사상 유일하게 해결되지 않은 항공기 납치 사건이 되었습니다. 20만 달러를 들고 밤하늘 속으로 증발해버린 댄 쿠퍼, 그의 실체는 무엇이었을까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댄 쿠퍼'라는 이름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대담하고도 치밀한 계획, 그리고 완벽한 실행력으로 FBI마저 꼼짝 못하게 만든 이 사건은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수많은 추측을 낳고 있습니다. 당시 요구했던 20만 달러는 현재 가치로 약 14억 원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습니다. 과연 그는 이 거액을 들고 어떻게 사라진 것일까요? 혹시 탈출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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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2년 FBI가 발표한 댄 쿠퍼의 초상화 |
검은 양복을 입은 수상한 신사
1971년 11월 24일, 미국 포틀랜드 공항. 노스웨스트 항공 305편이 시애틀을 향해 이륙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추수감사절을 하루 앞둔 이날, 많은 사람들이 가족들과의 만남을 위해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36명의 승객과 승무원들은 이 비행이 역사에 남을 사건의 시작이 될 줄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탑승객 중에는 검은색 양복을 입은 40대 중반의 남성이 있었습니다. 그는 탑승권에 'Dan Cooper'라고 적혀있었고, 언론에서 실수로 'D.B. Cooper'라고 보도하면서 이 이름이 더 유명해졌습니다. 선글라스를 끼고 넥타이를 맨 그의 모습은 당시 비즈니스맨의 전형적인 모습이었기에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쿠퍼는 승무원에게 쪽지 한 장을 전달합니다. "폭탄을 가지고 있다. 20만 달러와 4개의 낙하산을 요구한다." 처음에는 장난으로 생각했던 승무원은 쿠퍼가 가방을 살짝 열어 보여준 붉은 전선들과 금속 실린더를 본 후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게 됩니다. 평화로웠던 비행은 순식간에 긴장감 넘치는 상황으로 바뀌게 됩니다.
"폭탄이 있다", 하늘 위에서의 아슬아슬한 담판
쿠퍼의 요구사항은 명확했습니다. 20만 달러와 4개의 낙하산을 준비하고, 시애틀 공항에 착륙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그는 현금을 100달러짜리 지폐로만 준비할 것을 요구했으며, 모든 지폐는 사용된 적이 있는 중고 지폐여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명시했습니다. 이는 새 지폐의 일련번호가 추적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비행기가 시애틀 상공을 선회하는 동안, 지상에서는 쿠퍼의 요구사항을 준비하느라 분주했습니다. FBI는 은행에서 현금을 수거했고, 모든 지폐의 일련번호를 미리 촬영해두었습니다. 해당 지역의 스턴트 조종사와 인근 스카이다이빙 학교에게서 낙하산도 공수해왔습니. 이 과정에서 승객들은 비행기의 기계적 결함으로 인해 착륙이 지연되고 있다고만 안내받았을 뿐, 실제 상황을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마침내 비행기가 시애틀 공항에 착륙했을 때, 쿠퍼는 놀라울 정도로 침착했다고 합니다. 그는 요구사항이 모두 준비될 때까지 승객들에게 음료수를 주문하며 기다렸고, 심지어 승무원에게 팁으로 20달러를 건네기도 했습니다. 현재 가치로 약 14만원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습니다. 이런 쿠퍼의 침착하고 신사적인 태도는 이후 그를 '신사 도둑'이라고 부르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실제 댄 쿠퍼에게 납치당한 비행기
폭풍우 속으로 사라진 20만 달러의 행방
시애틀 공항에서 모든 승객을 내리게 한 쿠퍼는, 최소한의 승무원만 남긴 채 멕시코 국경 근처의 레노로 향하는 비행을 요구했습니다. 그는 조종석과 객실 사이의 커튼을 닫게 했고, 비행기가 10,000피트(약 3,000미터) 고도로 낮게 비행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또한 착륙 장치를 내린 상태로, 시속 170-180km의 느린 속도로 비행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오후 7시 40분경, 비행기가 이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객실 내 압력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후미 계단이 열린 것입니다. 당시 비행기는 폭우가 쏟아지는 캐스케이드 산맥 상공을 비행하고 있었습니다. 기온은 영하 7도였고, 시속 320km의 강풍이 불고 있었습니다. 이런 극한의 기상 조건 속에서 쿠퍼는 20만 달러가 담긴 가방을 들고 낙하산을 멘 채 어둠 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이는 당시까지 시도된 적 없는 전례 없는 탈출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악천후 속에서의 낙하산 점프는 생존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평가했습니다. 게다가 쿠퍼가 선택한 낙하산 중 하나는 훈련용으로, 실제 사용이 불가능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를 금세 알아채고 정상적인 낙하산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이는 그가 낙하산에 대한 상당한 지식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45년간의 추적, FBI도 포기한 완벽한 범죄
사건 발생 직후, FBI는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수사를 시작했습니다. '노투스(NORJAK: Northwest Hijacking)'라는 작전명으로 진행된 이 수사에는 수백 명의 요원이 투입되었습니다. FBI는 쿠퍼가 낙하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워싱턴 주 남서부의 광대한 지역을 수색했습니다. 하지만 빽빽한 숲과 험준한 지형, 그리고 사건 당시의 악천후로 인해 수색은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9년이 지난 1980년, 극적인 단서가 발견됩니다. 워싱턴 주 밴쿠버 근처 컬럼비아 강변에서 8살 소년이 모래사장을 파다가 5,800달러 상당의 지폐 다발을 발견한 것입니다. FBI는 일련번호 대조를 통해 이 지폐들이 쿠퍼에게 건넀던 돈이 맞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이 발견은 오히려 더 많은 의문을 낳았습니다. 지폐가 발견된 위치는 쿠퍼가 낙하했을 것으로 추정된 지점과는 상당히 떨어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FBI는 결국 2016년에 이르러 45년간 이어져 수사를 공식적으로 종결했습니다. 60만 달러(현재 가치 약 42억 원)의 수사 비용을 투입했지만, 쿠퍼의 신원은 물론 생사 여부조차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1,000명이 넘는 용의자가 조사를 받았고, 수많은 자백자가 나타났지만 실제 범인을 찾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FBI의 한 요원은 "현대 수사 기법으로도 해결하지 못한 완벽한 범죄"라고 평가했습니다.
전설이 된 댄 쿠퍼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댄 쿠퍼의 정체에 대한 추측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은 리처드 맥코이였습니다. 그는 쿠퍼 사건 발생 4개월 후 유사한 수법으로 항공기를 납치했다가 체포되었습니다. 하지만 맥코이는 1974년 탈옥을 시도하다 FBI와의 총격전 끝에 사망했고, 쿠퍼와의 연관성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은 대중문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다큐멘터리가 제작되었고, 워싱턴 주의 아리엘이라는 작은 마을에서는 매년 'D.B. 쿠퍼 데이' 축제가 열립니다. 사건 현장 인근의 한 술집은 '쿠퍼가 마지막으로 본 바'라는 슬로건으로 관광객들을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특히 이 사건은 항공 보안 역사의 큰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사건 이후 미국의 모든 공항에서는 탑승객 검색이 의무화되었고, 비행기 후미 계단을 비행 중에는 열 수 없도록 '쿠퍼 베인'이라는 안전장치가 도입되었습니다. 우리가 현재 공항에서 경험하는 대부분의 보안 절차는 이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Q & A
Q1: 댄 쿠퍼는 생존했을까요?
A1: 극한의 날씨 조건과 전문가들의 분석을 고려할 때 생존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됩니다. 하지만 낙하산에 대한 그의 전문적 지식과 치밀한 계획성을 볼 때 생존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Q2: 왜 FBI는 45년이나 수사를 계속했나요?
A2: 항공기 납치라는 중대한 범죄의 성격과 함께, 이 사건이 미국 항공 역사상 유일한 미제 사건이라는 점 때문입니다. 또한 모방 범죄 예방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Q3: 컬럼비아 강변에서 발견된 지폐는 어떻게 그곳까지 흘러갔을까요?
A3: 강물을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왔을 가능성, 쿠퍼가 의도적으로 놓아둔 것일 가능성, 또는 제3자에 의해 이동되었을 가능성 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확한 경위는 여전히 알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