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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명의 등대지기가 사라진 밤: 플래넌 섬 등대 실종 사건

꺼져버린 등대의 불빛

 "무슨 일이 있어도 등대의 불빛은 꺼뜨려서는 안 됩니다." 등대지기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이 철칙이 깨진 그날, 스코틀랜드 해양사에서 가장 미스터리한 사건이 시작되었습니다. 1900년 12월의 어느 날, 세 명의 등대지기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그들이 지키던 플래넌 섬 등대의 불빛은 영원히 꺼져버렸습니다.

 멈춰버린 시계, 식어버린 차와 함께 차려진 식탁, 그리고 홀로 남겨진 방수복까지. 마치 스릴러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이 기이한 흔적들은 1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 세계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세 사람은 과연 그날 밤 무엇을 보았을까요?


플래넌 섬 등대의 모습
플래넌 섬 등대의 모습

평화로웠던 섬의 일상

 북해의 거친 파도가 끊임없이 절벽을 때리는 플래넌 섬. 이 외딴 섬의 등대에서 세 명의 등대지기들은 각자의 개성만큼이나 다른 일상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주임 등대지기 제임스 두캣은 15년 경력의 베테랑이었습니다. 가족을 위해 늘 안전제일을 외치던 그는 폭풍우가 치는 날이면 동료들에게 "절대로 혼자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고 합니다. 꼼꼼한 성격의 부주임 토마스 마셜은 등대 일지를 마치 자신의 일기처럼 세세하게 기록했습니다. 그의 마지막 일지에는 "바람이 거세지만, 우리는 모두 안전하다"라는 문장이 선명하게 남아있었죠.

 하지만 임시 등대지기 도널드 맥아더는 달랐습니다. 폭풍우도 두려워하지 않는 다혈질적인 성격의 그는, 종종 거친 날씨에도 홀로 밖을 나가곤 했습니다. 세 사람의 이러한 성격 차이는 후일 수많은 추측을 낳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그들의 하루는 단순했습니다. 8시간씩 교대 근무를 하며 등대의 불빛을 지키고, 장비를 점검하고, 기록을 남기는 것이 주된 일과였습니다. 때로는 함께 식사를 하며 각자의 가족 이야기를 나누었고, 때로는 긴 밤을 함께 지새우며 바다 이야기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1900년 12월 15일, 이 평화로운 일상은 영원히 끝나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들의 마지막 식사가 식탁에 그대로 남겨진 채로 말입니다.


의문의 실종 발생

 1900년 12월 15일, 등대 일지의 마지막 기록에는 이상한 점이 있었습니다. 토마스 마셜은 평소와 달리 간단한 기상 상황만을 기록했고, "서쪽에서 몰아치는 강풍, 기압 급강하"라는 문장으로 일지를 마무리했습니다. 이는 그의 평소 꼼꼼한 기록 스타일과는 매우 다른 것이었습니다.

 같은 날 저녁, 증기선 Archtor호가 플래넌 섬 근처를 지나고 있었습니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선원들은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폭풍우 치는 날씨에 더욱 밝게 빛나야 할 등대의 불빛이 완전히 꺼져있었던 것입니다. 항해 일지에 따르면, 당시 선장은 "30년 항해 경력에서 처음 보는 일"이라며 깊은 우려를 표했다고 합니다.

 이 보고를 받은 항만 당국은 즉시 상황 파악에 나섰지만, 폭풍우는 더욱 거세졌습니다. 기상 기록에 따르면 당시 풍속은 시속 110마일을 넘었고, 파고는 무려 12미터까지 치솟았다고 합니다. 이런 극한의 날씨는 구조선이 즉시 출발하지 못하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11일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사이 세 번의 구조 시도가 있었지만, 모두 거친 날씨로 인해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결국 구조선 Hesperus호가 플래넌 섬에 도착한 것은 12월 26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마주한 것은,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기이한 광경이었습니다.


사라진 3명의 등대지기
사라진 3명의 등대지기


충격적인 발견들

 섬에 첫발을 내딛은 구조대원들을 맞이한 것은 불길한 정적이었습니다. 평소라면 들려야 할 환영 인사도, 항구에서 흔들려야 할 깃발도 없었습니다. 더욱 이상했던 것은 등대 마당의 상태였습니다. 보통이라면 폭풍우가 지나간 후 어질러져 있어야 할 마당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구조대원들은 마치 추리 소설 속 탐정처럼 하나씩 단서들을 발견해 나갔습니다. 등대로 향하는 계단은 멀쩡했지만, 서쪽 정박지로 이어지는 철제 계단은 심하게 휘어있었습니다. 마치 어마어마한 힘이 가해졌던 것처럼 말입니다. 등대 주변의 잔디는 소금기로 하얗게 변색되어 있었고, 이는 평소보다 훨씬 더 높은 파도가 이곳까지 도달했음을 암시했습니다.

 내부는 더욱 기이했습니다. 중앙 테이블에는 식사가 반쯤 남아있었고, 의자 하나는 마치 누군가 급하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것처럼 넘어져 있었습니다. 부엌의 시계는 오후 5시 45분에 멈춰있었고, 찬장의 그릇들은 깨지지 않은 채 완벽하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가장 수수께끼 같았던 것은 방수복이었습니다. 총 세 벌의 방수복 중 두 벌은 사라졌지만, 한 벌은 깔끔하게 걸려있었습니다. 그것도 가장 고참인 제임스 두캣의 것이었죠. 그가 평소 입버릇처럼 하던 말, "폭풍우가 치면 절대로 혼자 밖으로 나가지 마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그의 방수복만이 홀로 남겨져 있었습니다.

 게다가 등대 일지의 마지막 기록 이후 페이지들은 모두 비어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잉크병은 쏟아지지 않은 채 가지런히 책상 위에 놓여 있었습니다. 마치 누군가 의도적으로 기록을 중단한 것처럼 보였죠.


미스터리를 둘러싼 다양한 이론들

 120년 동안 이 미스터리한 사건을 풀기 위해 수많은 이론이 제기되었습니다. 각각의 이론들은 나름의 설득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동시에 설명할 수 없는 의문점도 함께 가지고 있었죠.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폭풍우 이론'은 당시의 기상 기록에 근거합니다. 12월 15일의 기상 상황은 특히 험악했다고 합니다. 서쪽에서 몰아친 강풍은 시속 110마일을 넘었고, 이는 등대가 서 있는 절벽을 향해 거대한 파도를 몰아왔을 것입니다. 두 명의 등대지기가 장비를 고정하러 나갔다가 예기치 못한 파도에 휩쓸렸고, 나머지 한 명이 동료를 구하러 뛰어들었다는 것이 이 이론의 핵심입니다. 하지만 이 이론으로는 깔끔하게 정리된 마당이나 흐트러지지 않은 실내 상태를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인간 갈등 이론'은 도널드 맥아더의 성격에 주목합니다. 임시 등대지기였던 그의 다혈질적인 성격이 끔찍한 결과를 낳았다는 것입니다. 식탁에 남은 식사와 넘어진 의자는 마치 격렬한 다툼이 있었음을 암시하는 듯했죠. 하지만 이 이론 역시 세 명이 동시에 사라진 점을 설명하지 못합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스파이 이론'입니다. 당시는 영국과 독일의 긴장이 고조되던 시기였고, 플래넌 섬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었습니다. 독일 잠수함이 은밀히 접근해 등대지기들을 납치했다는 이론이 제기된 것이죠. 실제로 1월 초, 한 어부가 "이상한 잠수함 같은 것"을 목격했다는 증언도 있었습니다.

 가장 극단적인 이론은 '초자연 현상설'입니다. 북해의 전설적인 괴물인 '각크래큰'에게 납치됐다는 설부터, 외계인의 방문설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특히 시계가 멈춘 시각인 오후 5시 45분은 한겨울 스코틀랜드에서 이미 깜깜한 시간이었다는 점에서, 무언가 기이한 빛이나 현상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었죠.


1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플래넌 섬 등대는 1971년 자동화 시스템으로 전환되었습니다. 더 이상 등대지기가 필요 없는 시대가 된 것이죠. 하지만 이곳은 여전히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간직한 채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자동화 작업을 하던 기술자들이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의 증언입니다. 그들은 "7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는데도, 마치 어제 일어난 일처럼 생생한 흔적들이 남아있었다"고 기록했습니다.

 이 미스터리한 사건은 수많은 예술 작품의 영감이 되었습니다. 2018년 개봉된 영화 'The Vanishing'을 비롯해, 수십 편의 다큐멘터리와 소설이 이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특히 유명한 미스터리 작가 켄 러셀은 "플래넌 섬의 미스터리는 완벽한 미제 사건이다. 모든 단서가 있지만, 동시에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라고 평했습니다.

 현재 플래넌 섬은 특별한 허가를 받은 사람들만 방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매년 수백 명의 미스터리 애호가들이 허가를 신청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방문객들의 증언입니다. 폭풍우가 치는 날이면 여전히 등대 안에서 누군가 걷는 소리가 들린다고 하고, 가끔 등대 꼭대기에서 세 명의 남자가 바다를 바라보는 모습이 목격된다고 합니다.

 스코틀랜드 해양박물관은 2000년, 이 사건의 100주년을 기념해 특별전을 열었습니다. 전시회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토마스 마셜의 마지막 일지였습니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희미하게 연필로 쓴 듯한 글자가 있었는데, 판독 결과 "그들이 온다"라는 문장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글자의 진위 여부는 아직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120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지만, 플래넌 섬의 미스터리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채 남아있습니다. 어쩌면 영원히 풀리지 않은 채로 남아, 계속해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상상력을 불러일으킬지도 모릅니다.


Q & A

Q1: 플래넌 섬 등대에서 실제로 기이한 현상이 목격된 적이 있나요?

A1: 1971년 자동화 작업 이후에도 여러 신고가 있었습니다. 특히 매년 12월 15일이면 등대 불빛이 깜박이는 현상이 목격되었고, 2019년에는 자동 시스템이 원인 모를 이유로 세 번 연속 정지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Q2: 실종된 등대지기들의 유족들은 어떻게 되었나요?

A2: 제임스 두캣의 증손자는 현재 스코틀랜드 해양박물관의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으며, 할아버지의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두 가족은 이 사건 이후 고향을 떠났다고 합니다.

Q3: 비슷한 시기에 다른 등대에서도 이상한 일이 있었나요?

A3: 놀랍게도 같은 달 아일랜드의 패스넷 등대에서도 등대지기가 "정체불명의 거대한 그림자"를 목격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 기록은 2015년에야 발견되어 플래넌 섬 미스터리와의 연관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