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수많은 미스터리가 존재하지만, 그중에서도 보이니치 필사본만큼 많은 학자들을 매혹시키고 좌절시킨 수수께끼는 없을 것입니다. 1912년 이탈리아의 한 고서점에서 발견된 이후, 이 신비로운 책은 세계 최고의 암호학자들과 언어학자들을 끊임없이 도전하게 만들었습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독일군의 에니그마 암호를 해독했던 천재들도, 현대의 최첨단 AI 기술을 보유한 과학자들도 이 수수께끼 앞에서는 손을 들어야 했습니다. 6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아무도 해독하지 못한 이 신비로운 책은 과연 어떤 비밀을 품고 있을까요?
우리는 지금부터 세상에서 가장 미스터리한 이 책이 지닌 매력적인 수수께끼의 세계로 들어가 보려고 합니다. 독특한 문자 체계와 기이한 삽화들,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수많은 가설과 도전의 역사까지, 보이니치 필사본이 간직한 비밀을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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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니치 필사본 135페이지 |
세상에서 가장 미스터리한 책의 발견
1912년, 이탈리아의 한 고서점에서 골동품 수집가이자 서적상인 와일프리드 보이니치는 운명적인 발견을 하게 됩니다. 그가 발견한 것은 240여 페이지에 달하는 양피지 필사본으로, 전혀 알 수 없는 문자들과 기이한 삽화들로 가득했습니다.
이 책의 역사는 발견된 시점보다 훨씬 오래되었습니다.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 결과에 따르면, 이 필사본은 1404년에서 1438년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약 2억 원에 달하는 당시 최고급 양피지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이 책이 매우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역사적 기록을 따라가보면, 이 책은 한때 신성로마제국 황제 루돌프 2세의 소장품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황제는 이 책의 해독을 위해 600금화(현재 가치로 약 9천만 원)를 지불했다고 합니다. 이후 17세기 초의 연금술사 야코브 호르치키, 체코의 약초학자 게오르그 바레슈 등 여러 소유자를 거치다가, 마침내 보이니치의 손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와일프리드 보이니치는 이 책의 가치를 즉각 알아보았습니다. 그는 이 필사본을 세상에 공개하면서, 전 세계 학자들의 관심을 단숨에 끌어모았습니다. 그의 이름을 따서 '보이니치 필사본'이라 명명된 이 책은, 발견된 지 100년이 넘는 지금까지도 세계 최고의 미스터리로 남아있습니다.
보이니치 필사본의 특징과 구성
보이니치 필사본의 가장 큰 특징은 그 독특한 문자 체계에 있습니다. 필사본에 사용된 문자들은 라틴 알파벳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모습을 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알려진 어떤 문자 체계와도 일치하지 않습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 문자들이 실제 언어가 가진 통계적 특성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텍스트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쓰여 있으며, 띄어쓰기가 있고 문단도 구분되어 있습니다.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약 25개에서 30개 정도의 개별 문자들이 사용되었는데, 이는 일반적인 알파벳 문자 체계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특히 단어의 반복 패턴이나 글자 출현 빈도가 자연어와 매우 유사한 특징을 보입니다.
필사본의 삽화들은 더욱 신비롭습니다. 크게 식물학, 천문학, 생물학, 약학, 우주학 등으로 분류될 수 있는 그림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 중 상당수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식물이나 천체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특히 '약용 식물' 부분에는 250종이 넘는 식물 그림이 있지만, 현존하는 식물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은 단 하나도 없다고 합니다.
물리적 특성을 살펴보면, 필사본은 고급 양피지에 잉크로 쓰여졌으며 많은 컬러 삽화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현재는 총 240페이지가 남아있지만, 페이지 번호를 분석해본 결과 원래는 272페이지였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책의 크기는 약 23.5 × 16.2cm로, 휴대가 가능한 중간 크기입니다. 표지는 없어진 상태이며, 현재는 예일대학교 바이네키 희귀본 도서관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해독을 위한 끊임없는 도전
보이니치 필사본의 해독을 위한 시도는 발견 직후부터 현재까지 끊임없이 이어져 왔습니다. 20세기 초반,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리버사이드 연구소에서 근무하던 윌리엄 뉴볼드는 처음으로 체계적인 해독을 시도했습니다. 그는 각 문자가 미세한 기호들의 조합이라고 주장했지만, 후대 연구자들에 의해 이는 양피지의 균열을 잘못 해석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독일군의 에니그마 암호를 해독했던 영국의 암호해독가들이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특히 앨런 튜링과 함께 일했던 존 틸트먼은 3년간 연구했지만 결국 해독에 실패했습니다. 이후 미국 NSA(국가안보국)의 전문가들도 도전했으나, 그들 역시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컴퓨터와 AI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2019년 캐나다 앨버타 대학교 연구팀은 AI를 이용해 텍스트가 히브리어로 쓰여졌을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또한 2023년에는 독일의 한 연구팀이 머신러닝을 통해 이 책이 중세 라틴어를 암호화한 것일 수 있다는 새로운 가설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첨단 기술을 동원한 시도들조차 아직 결정적인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컴퓨터가 분석한 텍스트의 언어학적 패턴은 실제 언어와 매우 유사하지만, 정작 그 의미는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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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니치 필사본 |
필사본을 둘러싼 다양한 가설
보이니치 필사본의 정체를 둘러싸고 수많은 가설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이 책이 중세 시대의 비밀스러운 지식을 담고 있다는 '암호화된 비밀 지식설'입니다. 당시 연금술이나 이단적 의학 지식을 담은 책들은 종교재판을 피하기 위해 종종 암호화되었다는 점에서, 이 가설은 상당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유력한 가설은 '중세 의학서적설'입니다. 필사본에 등장하는 수많은 약초 그림과 여성 인물들이 등장하는 '생물학' 섹션은 당시의 산파학이나 여성 질병 치료법을 다룬 의학서적일 수 있다는 추측을 낳고 있습니다. 특히 목욕하는 여인들의 그림이 자주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약용 온천이나 수치료법과 관련된 내용일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반면 이 책이 20세기 초의 정교한 위작이라는 '현대적 위작설'도 존재합니다. 발견자인 와일프리드 보이니치가 골동품 거래로 막대한 수익을 올린 전력이 있다는 점이 이 가설의 근거로 제시됩니다. 하지만 양피지의 연대측정 결과와 당시로서는 불가능했을 정도로 정교한 위조 기술이 사용되었다는 점에서, 이 가설은 크게 지지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인공지능 연구팀들이 이 필사본이 여러 언어가 혼합된 암호문일 수 있다는 새로운 가설을 제시했습니다. 텍스트의 패턴을 분석한 결과, 히브리어, 라틴어, 중세 독일어 등 다양한 언어의 특성이 발견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는 당시 유럽의 지식인들이 사용했던 다중언어 암호화 방식과도 일치하는 점이 있어 주목받고 있습니다.
6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 세계 최고의 전문가들을 매혹시켜온 보이니치 필사본의 미스터리는 아직도 풀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발전하는 과학 기술과 끊임없는 연구자들의 도전은 언젠가 이 수수께끼의 답을 찾아낼 것이라는 희망을 품게 합니다.
Q & A
Q1: 보이니치 필사본이 단순한 낙서나 무의미한 문자의 나열이 아닐까요?
A1: 텍스트의 언어학적 패턴이 자연어와 매우 유사하고, 당시 최고급 재료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이는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또한 삽화들이 체계적으로 분류되어 있어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제작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Q2: 왜 현대의 AI로도 해독이 불가능한가요?
A2: AI는 기존 언어들의 패턴을 학습하여 분석하는데, 보이니치 필사본은 기존에 없던 독특한 암호화 방식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문자와 의미의 연결고리가 전혀 없어 AI가 학습할 데이터 자체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Q3: 혹시 이 책이 외계인의 것이라는 가설은 없나요?
A3: 과학적 분석 결과 필사본에 사용된 재료와 제작 기법이 모두 15세기 유럽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또한 텍스트의 패턴이 인간의 언어와 유사한 특징을 보여 지구 외 기원설은 학계에서 신뢰받지 못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