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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춘 요트: 카즈 2호에서 사라진 세 사람

 2007년 4월 15일, 호주 에얼리 해변의 항구는 평화로운 일요일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56세의 데렉 배튼과 69세의 피터 턴스테드, 63세의 제임스 턴스테드 형제, 이렇게 세 명의 선원이 12미터 길이의 쌍동선 카즈 2호에 올랐습니다. 그들의 목0적지는 퀸즐랜드 주의 타운스빌 시였고, 항해는 순조롭게 시작되는 듯했습니다.

 당시 기상 상태는 약간의 파도와 악천후가 우려되긴 했지만, 항해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날씨는 점차 개어가고 있었기에, 누구도 이 항해가 현대 해상 역사상 가장 미스터리한 사건 중 하나가 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불과 3일 후, 이 평화로운 항해는 설명할 수 없는 미스터리로 변모하게 됩니다.


세 명의 선원: 마지막 항해를 준비하다

 데렉 배튼은 이 항해를 위해 1년 전 카즈 2호를 구입했습니다.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 주 퍼스에 살던 그는 은퇴 후의 여유로운 삶을 꿈꾸며 호주의 북부와 서부 해안을 항해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의 이웃이었던 턴스테드 형제는 오랜 친구사이였고, 이들은 함께 항해를 즐기곤 했습니다.

 피터와 제임스 턴스테드 형제는 60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활동적인 삶을 살았습니다. 특히 두 형제는 루어낚시를 즐겼는데, 이번 항해에서도 낚시 장비를 챙겨왔습니다. 세 사람 모두 바다를 좋아했지만, 전문적인 항해사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요트 카즈 2호는 최신 장비들을 갖추고 있었고, 항해에 필요한 모든 안전장치도 완벽히 구비되어 있었습니다.

 출항 전날인 4월 14일, 이들은 시험 삼아 짧은 항해를 나갔다가 GPS에 문제가 생겨 곧바로 귀항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작은 문제는 곧 해결된 것으로 보였고, 다음 날 아침 그들은 다시 출항을 준비했습니다. 오전 10시, 카즈 2호는 에얼리 해변을 떠났습니다. 항구의 다른 선원들은 세 사람이 평소처럼 즐거운 모습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출항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그날 저녁 6시경, 카즈 2호에서 마지막 교신이 있었습니다. "조지 포인트 인근을 지나고 있다"는 짧은 메시지였습니다. 이상하리만치 느린 속도였지만, 당시에는 아무도 이 점을 특별히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그들이 낚시를 즐기느라 천천히 항해했을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교신이 세 선원의 마지막 목소리가 될 줄은, 아무도 알지 못했습니다.


버려진 요트: 시간이 멈춘 카즈 2호

 4월 18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인근을 비행하던 한 헬리콥터 조종사의 눈에 이상한 광경이 들어왔습니다. 항로에서 벗어나 표류하는 듯한 요트 한 척이었습니다. 이틀 후인 4월 20일, 신고를 받은 호주 해안 경비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그들이 마주한 광경은 마치 공포 영화의 한 장면 같았습니다.

 카즈 2호의 내부는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았습니다. 엔진은 여전히 작동 중이었고, GPS와 컴퓨터, 노트북도 모두 켜져 있었습니다. 테이블 위에는 포크와 나이프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음식들도 마치 누군가 곧 돌아와 식사를 할 것처럼 차려져 있었습니다. 빨랫줄에는 마른 수건이 걸려 있었고, 뒷좌석에는 나중에 제임스 턴스테드의 것으로 확인된 안경과 티셔츠가 아무렇게나 놓여 있었습니다.

 특이한 점은 구명 장비들이 모두 제자리에 있었다는 것입니다. 구명조끼와 구명용 조명은 보관함에 정상적으로 보관되어 있었습니다. 유일하게 비정상적인 것은 한쪽이 심하게 찢어진 돛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이것 외에는 어떤 위험이나 비상상황의 흔적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더욱 이상한 것은 요트의 위치였습니다. 카즈 2호는 에얼리 해변과 타운스빌을 잇는 정상적인 항로에서 한참 벗어난 곳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이는 요트가 의도적으로 그곳까지 항해했거나, 해류에 의해 떠밀려 왔을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세 명의 선원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요트는 마치 세 사람이 잠시 다른 배로 옮겨 탄 것처럼, 또는 순간적으로 증발이라도 한 것처럼 버려져 있었습니다. 그들의 흔적을 찾기 위한 대대적인 수색이 곧 시작되었습니다.


수색과 조사: 밝혀진 단서들

 호주 해안 경비대는 즉시 대규모 수색 작전을 개시했습니다. 2대의 헬리콥터와 9대의 고정익 항공기, 2대의 상선이 동원되어 카즈 2호 주변 해역을 샅샅이 수색했습니다. 야간에는 적외선 탐지 기능을 갖춘 항공기까지 투입되었고, 호주 해변 인근까지 확대하여 수색이 진행되었습니다.

 수사팀은 요트에 남겨진 모든 것을 면밀히 조사했습니다. GPS 기록을 확인한 결과, 마지막 교신이 있었던 조지 포인트 인근에서 특이한 점이 발견되었습니다. 출항 후 8시간 만에 도달하기에는 너무 짧은 거리였던 것입니다. 이는 전날 발생했던 GPS 오류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되었습니다.

 선내에서 발견된 물건들도 의문을 더했습니다. 테이블 위의 음식과 식기류가 흐트러지지 않은 채 발견된 것은 당시 기상 상태가 그리 나쁘지 않았음을 시사했습니다. 또한 구명 장비가 모두 온전한 상태로 있었다는 점은 계획된 퇴선이 아니었음을 암시했습니다.

 가장 주목할 만한 물리적 증거는 찢어진 돛이었습니다. 수사관들은 이 돛의 손상이 사건의 핵심 단서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요트가 급격한 선회를 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자이브' 현상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되었습니다.

 그러나 광범위한 수색과 철저한 조사에도 불구하고, 세 선원의 흔적은 끝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수색 작전은 결국 소득 없이 종료되었고, 이 사건은 호주 해양 역사상 가장 미스터리한 실종 사건 중 하나로 기록되게 되었습니다.


사건의 재구성: 마지막 순간 추정

 2008년 8월 4일, 타운스빌 시의 마이클 반스를 비롯한 수사관들은 수개월간의 조사 끝에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를 담은 공식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그들이 재구성한 카즈 2호의 마지막 순간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2007년 4월 15일, 조지 포인트 인근을 지나던 중 턴스테드 형제 중 한 명이 루어낚시를 하다가 갑자기 바다에 빠졌습니다. 다른 형제는 즉시 그를 구하기 위해 요트 가장자리 플랫폼으로 달려갔지만, 불행히도 그 역시 균형을 잃고 바다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당시 조타를 맡고 있던 데렉 배튼은 동료들을 구하기 위해 돛을 내리려 했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요트가 급격한 선회를 하면서 '자이브'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자이브는 요트가 바람을 등진 채 선회할 때 발생하는 위험한 상황입니다. 이때 한쪽으로 치우쳐 있던 메인 돛이 반대쪽으로 급격히 돌아가면서, 돛대가 마치 야구 방망이처럼 돌아가게 됩니다. 28km/h로 달리던 요트의 돛대는 배튼을 강타했고, 그 역시 바다에 빠지고 말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수영 실력이 좋지 않았던 세 사람은 빠른 속도로 멀어지는 요트를 따라잡지 못했을 것입니다. 더구나 구명 장비를 착용하지 못한 상태였기에, 체력이 급격히 소진되어 결국 익사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수사팀은 만약 배튼이 돛을 내리려 하지 않고 구명 튜브를 던졌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수 있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시나리오는 발견된 증거들과 잘 부합했습니다. 찢어진 돛, 테이블 위의 흐트러지지 않은 음식들, 구명 장비가 그대로 남아있었던 점 등이 모두 설명될 수 있었습니다. 사고는 순식간에 일어났고, 아무도 비상상황에 대처할 시간이 없었던 것입니다.


미스터리의 잔향: 남겨진 의문들

 공식 수사 결과가 발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카즈 2호 사건은 여전히 많은 의문점을 남기고 있습니다. 숙련된 선원이었던 세 사람이 모두 동시에 실수를 했다는 점, 그리고 아무런 구조 신호도 보내지 못했다는 사실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일본의 해양 전문가들은 다른 가설을 제시했습니다. 조지 포인트 인근의 사주(모래톱) 지대에 요트가 좌초되었을 가능성입니다. 선원들이 요트를 밀어내기 위해 물에 뛰어들었을 때 갑작스러운 돌풍이 불어 요트가 사주에서 벗어났고, 세 사람은 그렇게 홀로 남겨졌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타임즈 온라인이 제기한 또 다른 설명도 주목할 만합니다. 해상 사고의 전형적인 패턴 중 하나로, 한 사람이 물에 빠지고 나머지가 구하러 뛰어들었다가 모두 실종되는 경우입니다. 특히 요트에 사다리와 같은 도구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물에 빠진 사람이 다시 배에 올라타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 사건은 현대의 메리 셀레스테로 불리며, 호주 해양 역사의 미스터리로 남아있습니다. 테이블 위에 놓인 그대로의 식사, 켜져 있는 전자기기들, 제자리에 있는 구명장비들... 이 모든 것들은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은 기이한 광경을 연출했습니다.

 우리는 결코 카즈 2호의 세 선원이 겪은 마지막 순간을 정확히 알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이 사건은 바다의 위험성과 안전 수칙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습니다. 아무리 평화로운 항해라 할지라도, 바다는 언제나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을 품고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Q & A

Q1. 카즈 2호의 GPS 오류가 사건의 원인이었을까요?

A1. GPS 오류가 직접적인 원인이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전날 GPS 문제를 경험했지만 출항 전 해결된 것으로 보였습니다. 다만 마지막 교신 위치가 이상했던 점으로 미루어, GPS 오류가 항로 이탈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Q2. 왜 세 선원 모두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았나요?

A2. 사고가 매우 갑작스럽게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공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첫 번째 선원이 물에 빠진 후 나머지 두 사람이 급히 구조에 나서면서 구명장비를 착용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Q3. 왜 테이블 위의 음식이나 물건들이 흐트러지지 않았나요?

A3. 이는 당시 해상 상태가 그리 나쁘지 않았음을 보여줍니다. 풍랑이 심했다면 테이블 위 물건들이 어질러졌을 텐데, 가지런히 놓여있었다는 점은 사고 당시 날씨가 비교적 양호했음을 시사합니다.